푸른 하늘과 금빛 낙엽이 어우러진 도심 속 쉼터에서의 하루

11월의 뮌헨은 낮에는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저녁이 되면 공기가 살짝 차가워집니다.

이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가 바로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입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넓은 숲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곳은 진정한 ‘숨 쉬는 공원’입니다. 넓게 펼쳐진 초원과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나무들, 살랑이는 바람이 만드는 잔잔한 파동이 가을의 공허한 마음을 녹입니다.


기자가 추천하는 영국정원 1일 산책코스

마리엔플라츠 → 오데온스플라츠 → 호프가르텐 → 영국정원 남문 → 모노프테로스 언덕 → 아이스바흐 서핑 포인트

(도보 약 2~3시간 / 천천히 걸으며 즐기기 좋은 루트)


산책은 호프가르텐(Hofgarten)에서 시작했습니다.

정원의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게 늘어진 아케이드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멀리 길거리 음악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이 고요한 정원을 지나자 어느새 세상이 달라집니다.

도심의 소음이 뒤로 멀어지고, 눈앞에는 울긋불긋 물든 나무와 푸른 잔디가 펼쳐집니다.

그곳이 바로 영국정원의 남문이었습니다.

입구 근처의 작은 연못에는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들이 반짝이는 물결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이렇게 느긋한 풍경을 만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시야가 탁 트인 모노프테로스(Monopteros) 언덕이 나타납니다.

하얀 기둥의 전망대 위로 오르면 늦가을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언덕 아래 초원에서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친구들과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돗자리를 펴고, 미리 싸온 샌드위치와 떡볶이를 꺼냈습니다.

강아지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람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 피크닉의 명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푸른 초원 위로 낙엽이 흩날리고, 햇살이 얼굴을 간질이던 그 순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공원의 끝자락 아이스바흐(Eisbach)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멀리서부터 물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도심 한복판에서 서퍼들이 인공파도 위를 오가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11월의 찬 공기 속에서도 그들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자유로웠습니다.

잔잔한 호수와 활기찬 서핑, 두 풍경이 공존하는 이곳이야말로 뮌헨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늦가을의 영국정원은 바쁜 도시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걷고, 보고, 맛보고, 그리고 느낀 하루.

낙엽이 쌓인 초원 위에서 친구들과 웃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아마 뮌헨의 가을은 그런 기억으로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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